조잡한 필체의 수기·1
Content
조잡한 필체의 수기·1
…… 캐러밴을 따라 히시섬에 다녀왔다.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서리달 아이」라고 불렀다. 다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달의 소녀를 믿는 신도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좀… 독특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들 대부분은 달의 힘 장치를 몹시 꺼리며, 그것이 달의 신의 축복을 남용하는 거라 여긴다. 그래서 캐러밴이 히시섬에 머무는 동안 나는 우리 쪽 장치만 정비하면 되었고, 그들의 기계는 고칠 필요가 없었다. 뜻밖에도 열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쉬는 틈을 타 다가와 기계 원리에 대해 물어왔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던 모양이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니까. 아이는 성격이 산만했지만 열정이 있었고, 재능 또한 눈에 띄었다. 내가 알려 준 기초 지식도 금세 이해했다. 하지만 서리달 아이는 그 아이가 기계를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여행 상인들과 교환한 기술 서적 몇 권을 건네주었다(한때 다닐은 그 책자들이 내 기억을 되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겼다). 아이가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그 책에서 조금이나마 배움을 얻기를 바란다. …… …… 이번에는 나샤 마을에 오래 머물렀다. 캐러밴과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건 처음이었다. 다닐은 데미얀과 금세 친해졌다. 데미얀은 흔쾌히 내 숙소를 마련해 주었는데, 자기 집 바로 옆이었다. 다닐 일행이 스네즈나야성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신세를 져야 했지만, 데미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스패너 할아버지」라는 별명의 유래와 기계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다. 내가 심심할까 봐 말을 걸어준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 나이에 나샤 마을에서 혼자 「기함」을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다닐은 떠나기 전에 나에게 스네즈나야성이나 신 키테시성에 함께 갈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내 기술이 그곳에서 비롯되었고, 잃어버린 신분이나 과거도 거기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나 알 수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옭아맸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아마 잃어버린 기억 때문이거나, 사고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망설이자, 다닐은 평소처럼 대신 결정을 내려 주고 준비까지 해 주었다. 과거의 불행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다닐과 캐러밴 사람들을 만난 건 정말 운이 좋았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바닷가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나를 받아주었지만, 내가 갚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보잘것없다… …… …… 나샤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지만, 나는 그들의 처지를 섣불리 짐작하지 않으려 한다. 나처럼, 그들 역시 동정이나 연민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말을 적다 보니 누군가의 오만한 얼굴이 떠오르는 듯하다. 다만 아이들이 내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 건 사실이다. 아니면 내가 가져온 사탕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방법은 다닐에게서 배운 것이다. 나는 늘 주머니에 사탕을 챙겨 둔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그 아이들 중 한 명은 스네구로치카(눈 아가씨) 이야기보다 내가 허리에 차고 다니는 도구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 아이에게 직접 만져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스페란자」의 사장 카르야는 평소에도 아이들을 잘 챙겨 주는데, 그날도 우리를 위해 자리를 비워 주었다. 덕분에 나는 아이노라는 아이에게 기계 기술과 기계를 다루는 법을 마음껏 들려줄 수 있었다. 내가 운 좋게 다닐에게 거둬진 것처럼, 이 아이들도 저마다의 행운을 찾은 셈이다. 하아, 이 불행한 세상에도 이렇게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있었다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알아챘다. 아이노는 단순히 기계에 관심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에게 톱니바퀴 소재를 구분하는 법, 압력계를 보정하는 법, 안전밸브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자, 누구보다 빨리 익혔을 뿐 아니라 응용까지 해냈다. 익숙지 않은 도구로 두드리고 조여서 부서진 부품들로 정교한 장치를 조립해 내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다. 그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았지만, 이미 자신만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닐 일행이 스네즈나야성에서 돌아왔고, 나도 짐을 챙겨 캐러밴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아쉽지만, 여기서 더 오래 머물 수 없을 것 같다… ……
